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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찌는 체질의 진짜 이유 (세트포인트, NEAT, 식사순서)

by everyouthman 2026. 4. 8.

저도 한때는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고요. 혹독하게 굶고 운동까지 병행해서 체중을 꽤 빼냈는데, 그 이후로는 조금만 먹어도 금방 불어나는 몸이 됐습니다. 그게 의지 문제가 아니라, 몸의 ‘기준값’이 이미 다른 상태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왜 극단적 다이어트 후 세트포인트가 무너지는가

세트포인트(set point)란 뇌가 ‘정상 체중’으로 인식하는 기준값을 말합니다. 오랜 시간 유지된 체중은 몸에 일종의 기본 설정값처럼 기억됩니다. 그래서 별다른 노력 없이도 비슷한 체중이 유지되기도 하고, 반대로 살을 빼도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힘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저는 극단적으로 식사량을 줄이며 빠르게 감량했을 때, 이 함정에 정확히 들어갔습니다. 초반에는 체중이 빠르게 줄었지만, 몸은 조용히 에너지 절약 모드로 전환되었습니다. 바로 기초대사량(BMR, Basal Metabolic Rate)이 낮아진 것입니다. 기초대사량은 아무 활동을 하지 않아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로, 이 수치가 낮아지면 이전과 같은 양을 먹어도 더 쉽게 체중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The Biggest Loser 참가자들을 추적한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연구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단기간에 대폭 감량에 성공했던 참가자들 대부분이 수년 후 체중이 상당 부분 회복되었고, 더 중요한 점은 기초대사량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몸이 여전히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상태’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내용을 알고 나서 저는 다이어트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꿨습니다. 빠르게 빼는 것이 아니라, 몸이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 속도로 바꿔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요요가 반복되는 가장 흔한 원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열량 제한이라는 점이 여러 진료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됩니다.

다이어트 접근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 얼마나 먹느냐: 하루 섭취 열량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방식
  • 무엇을 먹느냐: 식품 구성을 바꾸는 방식(저탄수, 지중해식 등)
  • 언제 먹느냐: 일정 시간 공복을 확보하는 방식(TRF, Time-Restricted Feeding)

한 가지 방식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면, 이 세 가지를 상황에 맞게 번갈아 적용하는 것도 지속성을 높이는 전략이 됩니다.


NEAT와 식사 순서가 체중에 미치는 영향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데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NEAT(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입니다. NEAT는 운동이 아닌 일상 활동으로 소비되는 에너지를 뜻합니다. 청소, 계단 오르기, 서서 통화하기처럼 사소해 보이는 움직임들이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 개념은 **Mayo Clinic**의 연구에서도 확인됩니다. 운동을 따로 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도 마른 사람과 비만인 사람을 비교했을 때, 비만 그룹이 하루 평균 약 두 시간 더 앉아 있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체중 차이는 운동량이 아니라 ‘일상 활동량’에서 비롯된 셈입니다.

저는 이후로 일부러 생활 패턴을 바꿨습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고, 30분마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체중이 급격히 줄지는 않았지만, 이전처럼 쉽게 늘지도 않는 상태로 바뀌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식사 순서 역시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줍니다. 소장의 L세포에서 분비되는 GLP-1(Glucagon-Like Peptide-1)은 식후 포만감과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입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먼저 섭취하면 GLP-1 분비가 촉진되어 자연스럽게 식사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저도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서로 식사를 바꿔봤는데, 억지로 참지 않아도 전체 섭취량이 줄어드는 걸 체감했습니다. 배부름이 오는 속도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감정과 식욕의 관계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무의식적으로 단 음식을 찾던 습관이 있었는데, 대신 10분 정도 걷는 것으로 바꿔보니 비슷한 수준으로 기분이 완화되는 걸 경험했습니다. 배고픔이 아니라 감정 때문에 먹고 있었다는 걸 그때 처음 인식했습니다.


체중 조절은 단기적인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방식을 재설계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극단적인 절식이나 과도한 운동보다, 일상 활동량을 늘리고 식사 순서를 바꾸고 감정과 식욕을 구분하는 작은 변화들이 훨씬 오래갑니다.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식사에서 채소를 먼저 먹는 것, 자리에서 한 번 더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