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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을 더 먹어야 살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

by everyouthman 2026. 3. 13.

쌀 이미지

다이어트 중인데 탄수화물을 오히려 더 먹어야 살이 빠진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도 처음에는 납득이 안 됐습니다. 쌀밥을 줄이고, 저녁 탄수화물은 아예 입에 대지 않으려고 애쓰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손발이 차갑고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 증상이 계속되면서, 혹시 내가 너무 안 먹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특정 신체 상태에서는 탄수화물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오히려 대사 기능을 정상화하고 체지방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무조건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었습니다.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손발이 차갑다면 탄수화물이 답일 수 있습니다

저는 겨울만 되면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습니다. 여름에도 에어컨 바람만 쐬면 손끝이 시려왔습니다. 그냥 타고난 체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수족냉증이 단순한 체질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대사와 깊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손발이 차가운 분들은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갑상선 호르몬(Thyroid Hormone: 신진대사 속도를 조절하고 체온을 유지하는 호르몬으로, 분비가 원활하지 않으면 몸이 에너지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체온도 낮아짐)은 우리 몸의 체온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호르몬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으면, 몸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속도 자체가 느려집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연결되는 것이 렙틴(Leptin: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뇌에 에너지가 충분하다는 신호를 전달해 과도한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함)입니다. 갑상선 기능이 저하된 분들 중 상당수가 이 렙틴도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렙틴이 잘 나오면 음식에 대한 강박적인 갈망이 줄어드는데, 반대로 렙틴 신호가 약해지면 뇌는 계속 배고프다고 느끼게 됩니다.

저탄수화물 식단을 오래 유지하면 몸이 에너지 부족 신호를 계속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탄수화물을 적절히 섭취해서 렙틴 분비를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추천하는 탄수화물은 쌀밥과 감자입니다. 쌀밥은 과도한 식이섬유 없이 소화가 쉽고, 감자는 껍질을 벗겨 삶아 먹으면 대사 부담이 적습니다.

구체적인 섭취량은 체중(kg)당 순탄수화물 기준 1.5~2g입니다. 쌀밥으로 환산하려면 이 수치에 3을 곱하면 됩니다. 체중 60kg이라면 순탄수화물 90~120g, 쌀밥으로는 270~360g 정도입니다. 평소 컨디션이 무난할 때는 체중당 0.8~1.5g으로 조절하면 됩니다. 저는 이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두되, 운동을 많이 한 날에는 조금 더 먹고 덜 움직인 날에는 줄이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손발이 찬 분들은 저녁 식사 때와 운동 직후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저녁에 탄수화물을 먹으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합성에 활용되기 때문에, 체지방으로 저장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집니다. 저녁 탄수화물이 살을 찌운다는 통념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생리 전후에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조금 늘려야 합니다

생리 전후 시기에는 몸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자궁 내막이 탈락하고 재생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는 코르티솔(Cortisol: 혈당을 높이고 에너지 저장을 촉진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수치가 오래 높게 유지되면 체지방 축적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음) 수치가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생리 전에 단 음식이 유난히 당기거나 빵 같은 걸 갑자기 많이 먹고 싶어지는 경험, 많은 분들이 하셨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욕구를 무조건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몸이 실제로 필요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억지로 틀어막는 것보다 적절히 채워주는 것이 코르티솔 수치를 안정시키는 데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쌀밥과 함께 바나나를 추천합니다. 바나나에는 마그네슘(Magnesium: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근육 이완을 돕는 미네랄로, 생리통 완화와 전반적인 컨디션 유지에 효과적)이 풍부합니다. 에너지 보충과 몸의 긴장 완화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조합입니다.

섭취량은 체중(kg)당 1.7~2g으로 평소보다 조금 늘립니다. 생리 시작 일주일 전부터 1.7을 곱한 양으로 시작하고, 생리가 시작되면 2를 곱한 양까지 늘려도 괜찮습니다. 이 기간에는 탄수화물만 단독으로 먹기보다 단백질과 지방이 함께 들어 있는 음식과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 소고기나 삼겹살처럼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는 음식이 식욕 조절에도 도움이 됩니다.

타이밍은 저녁 식사 때가 가장 좋지만, 점심에 탄수화물이 먹고 싶다면 점심에 일정량 먹고 저녁에 조금 줄이는 방식으로 분배하면 됩니다. 저는 이 시기만큼은 억지로 참지 않으려고 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적절히 들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지속 가능하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으니까요.

잠이 안 온다면 저녁 탄수화물을 점검해보세요

밤에 잘 뒤척이거나,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후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분들이라면 탄수화물 섭취 패턴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저녁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던 시기에 밤에 자꾸 깨거나 깊이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라고만 생각했는데, 원인이 식단에 있었습니다.

정상적인 수면 사이클에서는 밤이 되면 코르티솔이 낮아지고 멜라토닌(Melatonin: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수면 유도 호르몬으로, 어두워지면 분비가 시작되어 몸을 수면 상태로 전환시킴)이 올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멜라토닌 합성 과정에는 탄수화물에서 나오는 포도당이 필요합니다. 저녁 탄수화물을 너무 제한하면 멜라토닌 생성 자체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그 결과 잠이 오지 않거나 수면이 얕아질 수 있습니다.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 상태에서는 몸이 위기 신호를 보냅니다.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니 에너지를 아껴야 해"라고 판단하면, 먹는 족족 체지방으로 저장하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는데 오히려 체중이 잘 빠지지 않는 상황이 여기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적절한 탄수화물 섭취로 몸에 "에너지가 충분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장기적인 체지방 감량에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불면 증상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조합은 쌀밥과 바나나입니다. 바나나에 들어 있는 트립토판(Tryptophan: 체내에서 세로토닌을 거쳐 멜라토닌으로 전환되는 아미노산으로,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과 마그네슘이 수면 호르몬 합성을 돕습니다. 여기에 잠들기 2~3시간 전 천연 꿀 한 스푼을 곁들이면 효과가 더 좋았습니다. 꿀은 소량의 포도당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뇌가 수면 중 에너지 부족을 감지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운동을 많이 한 날 저녁에 쌀밥을 넉넉히 먹고 잔 날, 그렇지 않은 날보다 훨씬 깊이 잠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복되다 보니 패턴이 보였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저녁 식사에 쌀밥이나 감자를 적절히 포함하고, 바나나로 마그네슘을 보충하고, 잠들기 전 천연 꿀 한 스푼을 더하는 것. 복잡한 방법이 아니지만, 수면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다이어트는 숫자와의 싸움이 아니라 내 몸과의 대화라는 걸,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실감했습니다. 체중계 숫자에 일희일비하고, 계획보다 많이 먹은 날 스스로를 자책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었습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고, 필요한 것을 적절히 채워주는 태도가 훨씬 지속 가능했습니다.

탄수화물을 무조건 줄여야 하는 적으로 보지 말고, 내 상태에 맞게 조절하는 도구로 활용해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날은 더 먹을 수 있고, 어떤 날은 덜 먹을 수 있습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중요한 건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