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주 만에 4kg 빠졌는데 왜 이렇게 우울하지?"
주사를 맞으며 체중계 숫자가 내려가는 걸 보면서도, 저는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위고비는 ‘기적의 다이어트 주사’처럼 소개되곤 하지만, 제가 겪은 3주는 단순히 “살이 빠지는 시간”이 아니라 “욕구 자체가 희미해지는 시간”에 가까웠습니다.
건강검진에서 당뇨 전 단계 소견과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받아든 뒤, 저는 의지력이 아니라 약물의 도움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온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복합적이었습니다.
위고비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마운자로로 바꾼 배경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든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뇨 전 단계, LDL 콜레스테롤 상승, 중성지방 수치 증가. 의사는 체지방 5kg 감량과 근육 6kg 증가를 권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솔직히 막막했습니다.
“마른비만”이라는 단어가 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이어트는 흔히 의지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제 경험상 식욕은 단순한 의지로 조절되는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마흔을 앞두고 느껴지는 대사 변화는 예전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GLP-1 계열 약물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위고비 대신 같은 계열의 마운자로를 선택했습니다.
주변에서 “한 달 정도 스타터처럼 써본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처방은 주 1회, 총 4회였지만 저는 3회만 맞고 중단했습니다. 냉장고에 아직 1회 분량이 남아 있습니다. 시작할 때는 몰랐습니다. 이 약이 단순히 식욕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제 일상의 여러 감각과 욕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요.
3주간의 변화, 숫자 너머의 경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일주일에 약 1kg씩 줄어들면서 3주 동안 약 4kg이 감량됐습니다. 54kg에서 51kg까지 내려갔고, 중단 이후에도 일시적으로 50kg 초반까지 내려갔습니다. 숫자만 보면 충분히 ‘성공적인 다이어트’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체중계 숫자와 제 마음 상태는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첫 주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거 효과 없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2주 차부터 달라졌습니다. 배고픔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배고픔이라는 신호 자체가 흐릿해졌습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상태가 됐습니다.
주사 자체는 생각보다 부담이 적었습니다. 주사 공포가 있는 편이라 첫날은 친구와 통화를 연결해둔 채 맞았지만, 실제 통증은 거의 없었습니다. 기술적인 불편함은 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예상 못 한 부작용, 무기력과 욕구의 소멸
GLP-1 계열 약물은 일반적으로 오심, 구토, 설사 같은 소화기 부작용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건 무기력이었습니다.
2주 차까지는 “생각보다 괜찮은데?”라고 느꼈지만, 3주 차에 접어들면서 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래 저혈압 성향이 있는 편인데, 아침에 일어나는 게 유난히 힘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식욕뿐 아니라 성욕, 수면욕 같은 기본적인 욕구 전반이 낮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삶의 볼륨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 같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배고픔이 줄어드니 업무 집중력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식사 생각에 흐름이 끊기지 않으니 효율은 좋아졌습니다. 그 순간에는 “이게 해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한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삶이 편해졌는데 재미가 줄어든 느낌. 3주 차 즈음에는 마음이 유난히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살은 빠지는데 왜 이렇게 삶이 재미가 없지?”라는 질문이 반복적으로 떠올랐습니다.
결국 4주 차 주사를 맞기 전, 저는 멈추기로 했습니다. 냉장고에서 주사를 꺼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지금의 나와는 맞지 않다.”
저에게는 체중 감량도 중요했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에너지도 equally 중요했습니다.
위고비를 둘러싼 현실, 그리고 제 판단
GLP-1 계열 약물에 대한 반응은 개인차가 매우 큰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만족도가 높다고 말하고, 어떤 분들은 소화기 부작용으로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저는 소화기 증상은 거의 없었지만, 무기력과 전반적인 욕구 저하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이것이 약물 자체의 영향인지, 섭취량 감소로 인한 영양 및 혈당 변화 때문인지는 명확히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제 몸에는 예상보다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이 심혈관 위험 감소 등 긍정적인 장기 효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단기 체중 감량 목적으로 가볍게 접근하기에는 결코 가벼운 약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중단 이후 식욕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저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왔습니다.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고,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숨이 차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방식으로 생활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약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식욕 조절이 매우 어려워 출발선에 서기 힘든 분들에게는 일정 기간 보조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반드시 적응증을 확인하고, 부작용 가능성을 인지하고, 중단 이후의 전략까지 함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저는 체중이 아니라 “욕구가 있는 상태”의 소중함을 배웠습니다. 식욕, 성욕, 수면욕 같은 기본 욕구는 때로 번거롭지만, 결국 삶의 활력을 유지하게 하는 장치였습니다. 그것이 흐려지자 편해지기는 했지만 동시에 공허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3주에서 멈췄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냉장고에 남은 주사 하나를 보며 느낍니다. “이걸 언제든 해결책처럼 믿어버리는 순간이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의존은 늘 그렇게 조용히 시작되니까요.
※ 이 글은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록입니다. 약물 사용 여부와 방식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실제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 주세요.